서평단 모집: 한번은 경제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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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04 15:34
 


교과서보다는 쉽고, 교양서보다는 깊은
두 대가의 마지막 경제 공부 강의

 
경제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보통 두 가지 난감함에 부딪힌다. 《맨큐의 경제학》과 같은 교과서를 집어 들면 ‘한계 효용’이니 ‘순손실’이니 하는 낯설고 어려운 용어와 수식들이 초반부터 등장해서 벽이 생긴다. 이는 대체로 독자를 경제학자로 만들려고 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교과서들은 경제학이 ‘선택’에 관한 학문이라고 주장하며 그것을 공부하는 사람의 사고방식 전체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개념과 모델들을 차곡차곡 익히게끔 한다. 개인의 선택을 설명하기 위해서 ‘효용’ ‘한계비용’ ‘선호’ ‘기회비용’ 같은 개념부터 설명하는 식이다.
낯선 개념과 사고방식을 익히느라 지치기 쉽다는 문제점 때문에 오늘날 여러 경제 교양서들은 재미난 필치로 경제학 개념들을 친절하게 설명하거나,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례와 사고 실험으로 지적 만족감을 주에 경제학에 대한 거부감을 덜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경제 뉴스는 여전히 따라가기 힘들고, 쟁점들에 대해 입장을 세우기 힘든 경우들이 많다. 상식을 많이 쌓는다고 해서 거시적인 경제 문제를 이해하는 힘이 길러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와 서로는 “이 책은 독자들을 경제학자로 만들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실질적인 목적이 있다. 바로 일반 독자들이 경제 문제를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331쪽)”라며 기존의 경제학 입문서들과 선을 긋는다. 그렇다고 얕거나 가볍지 않다. 꼭 필요한 개념들을 명료하게 설명하여 그것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경제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한 번은 경제 공부》는 이렇게 경제학 입문서가 가지기 쉬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 미국에서 호평을 받은 보물 같은 책이다. 


경제 공부는 나무가 아니라 숲에서부터
그렇다면 대체 저자들이 택한 방식은 무엇인가? 서로 연결되어있는 두 가지 방식을 취한다. 우선 미시적인 개념이 아니라 거시적인 흐름과 상황을 조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꼭 필요하지 않다면 되도록 경제학자들이 사용하는 전문용어와 수식들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책은 개인의 선택에서 시작하여 시장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경제학 교과서의 구성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아주 간단하게 자본주의의 역사와 중요한 경제 사상가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자본주의의 기원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 없이는 자본주의를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의사가 환자의 병력을 파악한 후에야 환자를 잘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본문 15~16쪽).

자본주의의 역사는 과거와의 비교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기본 특징이 무엇이며 어떤 요소들이 중요한지 알게 해준다. 이를테면 과거를 알아야 현재의 시장 경제 체제가 ‘발전과 기회, 성취의 발판’이면서 동시에 ‘불안과 동요, 고통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것이 분명해지고(19~25쪽), 기술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새삼 곱씹을 수 있다(25~34쪽). 굵직한 경제학자들이 씨름했던 문제가 무엇인지를 개관하면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기본 목표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며,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논쟁과 갈등의 기본 바탕을 한결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38~39쪽).
이런 거대한 흐름을 짚고 난 뒤에도 저자들은 경제학의 핵심 개념으로 꼽히는 수요와 공급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경제를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조망하며 그것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들을 개관한다. “경제를 거시적 측면에서 내려다보는 목적은 경제 활동의 핵심 과정을 미시적 측면에서 볼 때보다 더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168쪽).”
저자들이 소개하는 큰 그림은 이렇다. 경제의 기본 뼈대는 기업, 가계, 정부다. 그 셋이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내는 것이 경제 성장이고, 그 경제 성장을 측정하는 도구가 GDP다. 기업은 투자를 통해 생산을 하고 가계는 소비를 통해 생산된 것을 사고 저축을 통해 투자에 사용될 여윳돈을 쌓는다. 정부는 통화를 통해 가계와 기업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고, 가계와 기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처리한다. 많은 경제 논쟁이 정부가 경제에서 해야 하는 역할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숲을 그려주는 저자들의 친절한 설명 속에서 어디에 무엇이 있고, 경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자본주의 안에서 답을 찾기 위하여

하일브로너와 서로라는 당대의 대가들이 왜 굳이 경제 공부 입문서를 썼을까? 경제학을 조금 더 정확하게, 조금 더 쉽게 이해하여 경제 관련된 논의의 질 자체가 높아지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목적이 있다.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소개하는 일은 독자들이 숲을 보며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금융 위기와 같은 거대한 경제 문제와 부딪쳤을 때, 세계화의 흐름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때 우리는 절망하기 쉽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역사를 안다면 그리고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한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역사는 확실히 확장하고자 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에너지가 빚어 낸 사건들로 가득하다. 완강하게 저항하는 무산 계급을 창출해 낸 산업 혁명, 기업 간의 트러스트를 심화시킨 대량 생산, 1930년대까지 영향을 미친 대공황,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무수히 골칫거리를 양산하고 있는 세계화 등이 모두 자본주의 자체의 역동성에서 기인한다. ...

우리는 여기에 어떻게 대처했던가? 산업 혁명으로 말미암아 기본적인 노동 조건에 대한 정부 규제가 생겨났다. 또 기업 간 트러스트에 반(反)트러스트 법으로 대처했고, 대공황에는 뉴딜 정책으로 대응했다. 이제 세계화와 생태계 파괴에는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 상냥한 외계인으로부터 그 답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21세기의 지배적인 사회경제적 구조 속에서, 즉 자본주의 안에서 답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346~347쪽).
 
결국 저자들이 기존의 경제학 교과서와는 사뭇 다른 형식으로 경제학 입문서를 쓴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 문제에 인간은 대처해 왔으며 우리도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기 위함이다. 쟁점들을 이해하고 그 쟁점들에 대한 성숙하고 합리적인 관점을 가지기를 바라는 것도 모두 이러한 희망과 관련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더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경제는 사회 시스템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모든 사회는 궁극적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들고 이어 오고 있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래조차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가치와 신념, 그리고 사회 시스템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185쪽).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미래조차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가치와 신념’을 다른 말로 하면 ‘비전’이다. 우리 앞에 닥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도록 하는 원동력은 비전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시민들도 경제학자들도 비전을 품어야 한다. 이 부분이 사실 저자들이 현대 경제학에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하일브로너는 이 책을 쓰고 13년이 지난 후 《비전을 상실한 경제학》이라는 비판서를 썼다. 《한 번은 경제 공부》는 비전을 품은 경제학이 다시금 싹트기를 바라는 두 대가의 노력인 셈이다.


『한번은 경제공부』 서평단 모집
 
인원 : 5명
기간 : ~ 7월 9일
발표 :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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