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 모집: 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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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13 10:58
 



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딸에서 어른이 되기까지, 82년생 보통 엄마의 기록




‘비혼’ ‘비출산’을 다짐했던 여자가 아이를 낳았다. ‘엄마가 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는데, 정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나’라는 인간이 다시 보였고, 나를 둘러싼 ‘사회’의 문제가 뚜렷하게 보였다. 여자는 “우리는 왜 아이를 낳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해 1부 엄마(모성신화), 2부 나(성장과정, 가정환경), 3부 아이(양육 태도, 육아 고충), 4부 고양이(육아와 육묘), 5부 남자(성역할, 가부장제), 6부 세상(맘충, 노키즈존, 약자 배려)으로 질문과 고민을 확장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공감과 위로의 언어’, ‘해소와 자유의 언어’가 차곡차곡 쌓여간다.
이 에세이가 이야기하는 건 결국 현재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삶이다. 1980년대에 태어나 희미한 가부장제의 틈에서 사회적‧경제적 성취를 위해 달려오다 결혼으로 ‘여자의 현실’을 알아버린 30대 기혼 여성의 흔한 일상. 하지만 그 일상 속에서 엄마들이 겪는 문제들의 뿌리는 한국이라는 곳에서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사회 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으로 보이는 저자의 경험과 고민은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도약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아이를 낳으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 ‘너만 그런 것이 아니야’라는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2017년 《세계일보》연재 당시 여성가족부 양성평등미디어상을 받았다.

참을 수 없는 외로움, 미칠 듯한 죄책감, 이유 없이 늘 고개 숙여야 하는 기분
수시로 울컥하는 마음과 낯설어진 현실을 설명하는 ‘여자의 말’

 
여자가 엄마가 되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일까? 인간의 위대함, 생명의 숭고함, 아기를 향한 본능적인 모성? 초보맘들의 커뮤니티와 각종 SNS에는 이런 출산 후기가 올라온다.
“엄마가 되는 게 이런 건 줄 몰랐어요.”
‘이런 것’에는 다양한 의미가 들어 있다. 평생 느껴본 적 없는 감정, 겪어본 적 없는 상황, 받아본 적 없는 강요와 시선까지. 뒤바뀐 세상에 정신을 못 차리겠는데, 지금까지 들어온 ‘엄마’라는 역할과 현실의 엄청난 간극을 보며 여자들은 연일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다.
저자 또한 “축복받은 황금 골반” 덕분에 ‘오전에 입원해서 오후에 미역국 먹는’ 순조로운 자연분만에 성공한다. 출산 당일 회음부를 찢고 꿰매는 고통을 견뎌내며 자신의 두 발로 신생아실까지 걸어가는 기적도 행한다. 그러나 병원 복도에서 인생 최초의 블랙아웃, 즉 정신을 잃으면서 출산이란 ‘신성하고 아름다운 행위’가 아니라 ‘목숨을 건 위험한 행위’라는 실체를 알게 된다.
 
초등학교 때 구령대 앞에서 픽픽 쓰러지던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튼튼한 몸을 원망했던 내가 인생 최초로 정신의 블랙아웃을 경험한 것이다.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신체 상태는 끔찍했다. 나는 다음 날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남편은 “나 홀아비 되는 줄 알았어”라며 쩔쩔맸다. 출산은 얕보면 안 되는 어마어마한 신체 변화였다.-본문 304
 
오늘날과 같이 맞벌이가 당연해진 시대일수록 ‘엄마는 이런 것’이라는 ‘모성 신화’와 엄마들이 겪는 현실의 괴리는 ‘하늘과 땅’만큼 벌어진다. 직장을 다녀도 육아와 집안일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라는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기 때문이다. 여기에 엄마가 되어서 힘든 점, 우울감, 외로움, 후회 등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면, “애 엄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질책이 돌아와 여성은 목소리조차 낼 수가 없다.
저자도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며 딸, 엄마, 며느리, 아내, 직장인의 역할을 하느라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아서 숨이 차고, 누구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속이 터지는 답답함’을 느꼈다. 그녀가 ‘나’라는 사람을, 육아의 즐거움을, 소소한 행복을 다시 찾은 건 이런 마음을 글로 옮기면서부터다.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고 그 원인과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 나와 내가 사는 이 사회가 더욱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즐거움을 찾은 것은 그 마음들을 글로 쓰기 시작하면서다. 엄마가 되어 만난 낯선 세상, 내 안에 박혀 있던 모성 이데올로기, 친정 엄마에 대한 생각과 어린 시절의 나,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답답한 마음들까지. 그러자 엄마로서가 아닌 다른 욕구도 존중하게 되었다. 육아가 조금 더 즐거워졌다. 사회의 많은 것들이 또렷하게 보였다.”-본문 10쪽
 
직업이 기자였던 덕에 실어줄 지면이 있었고, 고맙게도 매주 같은 고민을 가진 엄마들을 만났다. 인터넷 신문 댓글창에 “어쩜 이렇게 내 이야기 같은지” “저와 비슷한 환경,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줄은 몰랐다”는 응원의 댓글에 위로받고, ‘말과 글’에 치유의 힘이 있음을 알았다. “내 마음을 알게 돼서 시원하다” “마음속에 숨겨둔 비밀이 열리는 거 같다”는 댓글을 보며 이 엄마들의 마음을 명쾌하게 만들어줄 ‘언어’를 선물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됐다.
 
“이런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엄마가 되는 걸 두려워했던 딸, 진짜 ‘어른’이 되다
 
“나는 결혼 안 해” “애도 안 낳을 거야”
어떤 이에게는 결혼과 출산이 봄이 가면 여름이 오는 것처럼 마땅히 이어져야 할 자연의 법칙일 수 있으나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 있다. 이유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자가 비혼과 비출산을 다짐한 건 어린 시절 성장과정의 영향이 컸다.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를 때마다 엄마는 ‘너만 없었어도…’라고 말했고, 아버지가 집 안을 뒤엎은 날이면 학교도 결석하고 때 아닌 피난길에 올랐다. 서른 초반, 연애를 하고 직장을 가짐으로써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후에야 그녀는 결혼과 출산을 결심한다.
 
나는 왜 태어나서 엄마가 떠날 수 없게 발목을 잡고 있을까? 어른들은 왜 결혼을 해서 이토록 힘들게 사는 걸까? 이런 의문을 지닌 아이가 결혼과 출산에 비관적인 생각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의 태도는 타고난 성질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고통스러워한 시간의 결과물임을 성인이 되고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본문 22쪽
 
흔히들 자식을 낳으면 부모님의 고마움을 알게 된다고 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핏덩이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는 고된 과정을 겪으며 키워준 은혜를 알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깨달음과 함께 다른 마음도 찾아온다. ‘우리 부모님은 나한테 왜 그랬을까?’라는 물음이다. 육아는 유년의 상처와 마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면에 울고 있는 아이를 보듬게 되고, 그 상처와 화해하는 용기도 내게 된다. ‘아이를 낳아봐야 진짜 어른이 된다’는 말은 바로 이런 과정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아버지는 더 이상 발톱을 세울 의지가 없는 곰이 됐고, 나약했던 엄마는 슈퍼파워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중년 여성이 됐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모습은 더 이상 없는데 나 혼자 아이를 키우며 예전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이 없었다면 지난 시간에 대한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았을 것이다. 손주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 주려 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꼬인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본문 80쪽.
 
비슷한 이유로 엄마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너만 그런 것이 아니야’라는 위로를, 동시에 ‘이런 나도 엄마가 되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맘충, 노키즈존, 임신부 배려,
엄마들도 부당한 현실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오늘도 저는 맘충 소리를 들었습니다.”
지역 맘 카페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맘충(엄마와 벌레를 결합한 신조어)’ 관련 게시물을 올라온다. 유모차를 끌고 커피숍에 왔을 뿐인데, 식당에서 아기가 흘린 물을 닦고 있을 뿐인데, 마트에서 아이가 떨어뜨린 과자박스를 줍고 있을 뿐인데, 엄마들의 귓가에 “맘충”이라는 소리가 스친다. 온라인상에서는 사실 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만 놓고 다짜고짜 엄마들을 비하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제 엄마들은 외출할 때마다 책잡히지 않기 위해 보다 완벽하게 준비하고, 스스로 행동을 검열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갈수록 ‘육아하는 엄마’에 대한 배척 현상이 심화되어 ‘노키즈존’이라는 게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문득 궁금해졌다. “언론에선 선진국엔 이런 후진적인 논쟁이 없다고 하는데, 왜 이름이 ‘노키즈존’이지?”
 
해외 사례를 살펴본 뒤 노키즈존 논쟁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달라졌다. 노키즈존 문제는 후진적인 갈등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권리 의식이 향상되면서 나타난 갈등이었다. ‘편안하게 식사할 권리’와 ‘아이들과 함께할 권리’ 등 양측의 권리가 부딪치며 발생한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찬반 양측을 중재하는 타협의 목소리는 없고 ‘맘충’이라는 혐오어로 상처를 주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서양에서도 개념 없는 부모에 대한 비판은 거세다. 우리처럼 “아이가 아니라 아이에게 주의를 주지 않는 부모가 문제”라는 말도 똑같이 사용한다. 하지만 “맘충을 쫓아내야 한다”는 식으로 모성을 비하하며 대화의 여지를 차단하지는 않는다.-본문 326쪽
 
영국 《가디언》지를 비롯한 외신에서도 자국의 노키즈존 논쟁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아이보다 개가 더 얌전하다”는 칼럼이 실릴 정도다. 그러나 타협과 관용 바탕으로 해결법을 제시한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저자는 지금처럼 각자의 주장만 내세운다면, ‘노키즈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맘충’과 같은 혐오 표현 또한 우리 사회의 ‘공존의 조건’을 파괴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사이를 중재하고 타협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비로소 제로섬이 아니라 해답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저자는 기자라는 자신의 직업적 특성을 살려 국내외 기사, 논문, 보고서, 인터뷰 등 풍부하고 탄탄한 취재를 통해 ‘산후조리 문제’ ‘육아의 국가 지원’ ‘임신부 배려’ 등 오늘날 엄마들이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요구하지 못했던 사회 제도와 인식 개선에 대해 속 시원한 근거와 해답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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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서평단 모집
 
인원 : 5명
기간 : ~ 7월 19일
발표 :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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